해피의 산책
푸른 하늘 아래, 바람이 살랑이는 전원주택의 정원에서 말티즈 강아지 해피는 세상의 모든 향기를 마시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해피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조그마한 발은 땅을 씩씩하게 가르며 나가고 싶어 했다.
“해피야, 산책갈 시간이야!”
주인인 수현이가 밝은 목소리로 해피를 불렀다. 해피는 듣기만 해도 뛰어난 귀를 쫑긋 세우고, 꼬리를 활짝 흔들며 행여나 자신이 조기 출발할 수 있을까? 하고 기대에 차 있었다. 수현이는 해피를 데리고 집 앞길에 나섰다.
바람이 부는 대로 따라, 해피는 작은 가슴속에 담긴 흥분을 품고 거리로 나섰다. 길 옆에 핀 꽃들이 해피에게 인사를 하듯이 그윽한 향기를 뽐내었다. 해피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분홍색 꽃들 사이를 지나며 그 향기를 흡입했다. “아, 이건 분명히 그 향수 같아!” 해피가 생각하는 사이, 나비 한 마리가 그 곁을 스쳐 지나갔다. 해피는 짜릿한 기분에 그 나비를 쫓아 다급히 발을 구르며 뛰어갔다.
“화단도 보고, 나비도 쫓고! 오늘은 정말 재밌을 것 같아!” 해피는 그렇게 무한한 즐거움 속에 빠져들었다. 수현이는 해피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듯 해피와의 산책은 언제나 특별했다. 주변의 나무들 속에서 짹짹거리며 지저귀는 새소리는 해피에게 음악처럼 들렸다.
한참을 걸으며 해피는 여러 가지 향기를 느꼈다. 파릇파릇한 풀의 신선한 향기부터, 따뜻한 햇빛에 말린 풀잎이 내는 고소한 향기까지, 자연이 선사하는 모든 향기가 해피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해피는 나무 그늘에 주저앉으며 잠시 숨을 고르기로 했다. 주위의 모든 것이 평화로웠고, 해피는 그런 여유로운 순간들이 영원하길 바랐다.
하지만 그때, 멀리서 어떤 소리가 들렸다. “멍!” 해피는 귀를 쫑긋 세우고 그 소리를 바라보았다. 무언가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해피는 수현이에게 다가가 꼬리를 흔들며 소리를 알렸다. 수현이도 그 소리에 주목했다.
“응? 저기 뭐지?”
호기심이 생긴 수현이는 해피와 함께 소리 나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가까이 다가가자, 한 마리 큰 강아지가 작은 강아지를 향해 으르렁대며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해피는 순간 두려움에 휩싸인 듯, 수현이의 다리 뒤로 숨었다. “해피야, 괜찮아. 내가 지킬게.” 수현이의 다정한 목소리가 해피를 안심시켰다.
해피는 용기를 내어 다시 다가갔다. 큰 강아지의 날카로운 눈빛은 자신을 위협하는 포식자처럼 느껴졌지만, 해피는 마치 자신의 친구처럼 그 강아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작고 귀여운 목소리로 “멍!” 하고 인사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 큰 강아지는 해피의 귀여움에 순간 당황한 듯 으르렁거림이 사라졌다.
“좋아, 해피야! 꽤 용감하구나!” 수현이는 긍정의 손짓을 보내며 해피를 칭찬했다. 큰 강아지도 해피의 순수한 모습에 흥미를 잃지않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가왔다. 해피는 자신이 늠름하게 보이길 바라며 작게 짖어보았다. 그 순간, 무리의 공기를 간지럽히는 또 다른 강아지가 나타났다. 모두가 주목받는 순간이었다.
해피는 스스로가 한 발짝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노력했다.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 강아지들은 서로를 탐색하며 접근했고, 해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여기는 모두 친구가 될 수 있어!” 해피는 그렇게 외치듯 되뇌었다. 그리고 그런 행복한 상상 속에서 새로운 모험이 시작될 것이라는 바람이 불어왔다.
해피는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이 특별한 우정을 꿈꾸었다. 과연 이들은 어떤 우정을 쌓아갈 것인가, 해피의 새 친구들은 누구일까? 해피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