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의 여름 저녁
해가 저물기 시작할 때, 해피는 전원주택의 푸른 마당에서 가장자리에 앉아 바람을 느꼈다. 따스한 여름 저녁바람이 해피의 하얀 털을 간지럽히며 지나갔고, 그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당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고, 그 사이로 몇 마리의 나비가 날아다녔다. 해피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세상의 모든 행복이 그 순간에 응집된 것만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해피야, 저녁 먹을 준비 다 됐다!” 집안에서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리자 해피는 잠에서 깬 듯 귀를 쫑긋 세웠다. 가족이 모여 맛있는 저녁을 나누는 시간은 해피에게도 특별한 의미였다. 그렇게 해피는 마당을 뛰쳐 나가서 집으로 바쁘게 달려갔다.
식탁에는 따끈한 밥과 다양한 반찬들이 놓여 있었고, 해피는 자신의 간식도 한쪽에 준비된 것을 발견했다.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해피는 행복한 기분에 젖어들었다. 아빠의 유머에 모두가 웃고, 엄마는 뛰어난 요리 실력으로 모든 이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해피는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기원하며, 그저 그들의 사이에서 조용히 자신의 간식을 맛보았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가족이 모여 마당에 나왔다. 아이들은 뒷마당에 놓인 작은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곤 했다. 해피도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지켜보았다. 다급하게 뛰어드는 아이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코를 킁킁거렸다. 그러다 갑자기 성냥 같은 신발 소리가 들리자 해피는 놀라 귀를 펴고 방향을 주시했다.
“어, 누구시지?” 엄마가 말하자 해피는 좁은 시선으로 뒷문 쪽을 바라보았다. 모르는 사람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가족들 사이에 긴장감이 돌았다. 해피는 자신이 지켜야 할 이웃과 가족을 생각하며 저절로 땀 냄새가 난다. 하지만 그때 해피는 아이들에게 위험을 알리기 위해 짖기 시작했다.
“해피야, 조용히 해!” 아빠는 해피를 만지며 말했다. 그러나 해피는 그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듯 해 계속해서 짖었다. 그리고 드디어 뒷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나타났다. 해피는 일어나서 그를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남자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 이웃의 친구 입니다. 일이 있어서 들렀어요!” 해피는 의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눈빛은 다소 이롭지 않게 느껴졌다. 바람이 다시 불어오며 불안한 기분이 해피에게 전해졌다.
“해피, 괜찮아!” 엄마가 해피의 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해피는 여전히 그 남자를 경계하고 있었다. 해피는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본능이 생겼다. 남자는 해피와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여유롭게 미소를 남기며 집으로 들어가길 원했다. 그러나 해피의 마음 속에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굳건한 결심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금 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아빠가 남자에게 말했다. “우리 애가 이상하게 짖고 있죠. 이제 가주세요.” 남자는 그들을 흘끗 바라보더니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몸을 돌렸다. 해피는 그가 사라질 때까지 긴장한 마음으로 뒤를 쫓았다.
그 순간, 해피는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 저녁바람 속에서 불안과 평화가 뒤섞였고, 해피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그 마음을 더욱 단단히 하겠다고 결심했다. 다음 저녁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른 채, 해피는 마당에서 친구처럼 지켜보기를 원하고 있었다. 해피의 눈빛은 더욱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