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아의 첫눈
세종시의 아침, 모두가 꿈꾸는 몽환의 세계가 펼쳐졌다. 어느 겨울날, 세상을 하얗게 물들이는 눈이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때, 시바견 강아지 ‘도아’는 창가에 쪼그리고 앉아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작은 귀가 반짝이는 하얀 먼지 속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듯 성큼성큼 뛰어나가고 싶어 했다.
“도아, 처음으로 눈을 만나는 날이네!” 주인이 반가워하며 도아를 조심스럽게 담요에서 깨웠다. 도아는 관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인을 바라보았다. 여태껏 누군가의 손이 따뜻한 담요 속에서 쭉 뻗어올라 자신의 등을 어루만지는 느낌을 사랑했지만, 오늘은 좀 더 특별한 날 같았다.
주인은 도아에게 목줄을 채우고 밖으로 나갔다. 밖의 세상은 한 마리의 행복한 시바견에게 온천지의 축제가 되어 있었다. 도아는 작은 발로 눈을 밟으며 신나게 뛰어들었다. 눈이 쌓인 마당은 도아에게는 탐험의 세계였다. 하얀 눈이 발자국을 내며 흩날리자, 도아의 가슴은 세상 어디보다 따뜻해졌다.
“도아야, 잘하고 있어!” 주인은 도아의 등 뒤에서 환하게 웃으며 응원했다. 도아는 그 소리에 힘을 얻어 더욱 더 빠르게 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내 코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가득 한 도아는 얼굴을 눈 속에 파묻으며 진짜 눈이 어떤 맛인지 확인하려 했다. “냄새가 너무 좋다! 무엇인가 신기해!” 도아는 걷잡을 수 없는 행복을 느끼며 사방으로 몸을 휘저으며 뛰어다녔다.
그때였다. 도아의 주변에 다른 강아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친구 같은 강아지들이 눈밭에서 놀자던 모습은 비로소 도아에게 짜릿한 모험의 시작을 알렸다. 그들과 함께 뛰고, 쫓고, 누가 더 먼저 눈송이를 잡을 수 있는지 경쟁하며 시끌벅적한 한 바탕 축제가 펼쳐졌다. 행복의 바이러스처럼 도아의 작은 체구는 더욱더 많은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눈싸움을 하던 도아는 예기치 못한 순간, 한 친구 강아지가 자신의 뒤에서 공을 가져오며 불쌍하게 쳐진 눈으로 바라보았다. 도아는 이내 친구에게 공을 가져다주고 서로 장난을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순간풍경은 마치 영화 속 장면처럼 아름다웠다.
“이렇게 눈과 함께하는 시간이 정말 행복해!” 도아는 자신의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 행복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세찬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덮기 시작하면서 주인은 불안한 기색을 보였다. “도아야, 집에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주인이 손을 잡아 도아를 이끌었다. 도아는 그 순간 서운한 마음이 잠깐 들었다. 더 많은 행복한 순간을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안에 깊이 있는 의미를 깨달았다. 이 겨울, 하얀 눈과 함께 친구들과 만나는 장면은 도아의 마음속에 진정한 행복이라는 보물을 남겼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오락을 받으면서 도아는 바깥에서의 쾌활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꿈꾸듯 졸음이 밀려왔다. 작은 마음속에 있었던 행복했던 에피소드들을 떠올리며 도아는 단단한 결심을 했다고 한다. 다음 첫눈이 내릴 때면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행복을 나누기로 말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도아는 다시 창가에 쪼그리고 주인이 나가기를 기다렸다. 하얀 세상에서 만날 또 다른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아의 마음은 설렘으로 가득 차오르며 다음 눈 오는 날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