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의 비 오는 날
비가 내리는 아침, 대한민국의 어느 작은 아파트에서 오늘도 말티즈 ‘해피’가 주인과 함께 일어난다. 해피는 부드럽고 하얀 털에 털실로 만든 작은 인형처럼 귀여웠다. 창밖으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주인을 조르는 일은 잊고, 포근한 이불 속에서 눈을 감았다. 주인이 따뜻하고 안전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라는 사실은 해피에게 가장 큰 행복이었다.
주인이 일어나자, 해피는 벌떡 일어나서 귀를 쫑긋하고 뒷발로 방방 뛰며 인사를 했다. 주인은 해피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오늘은 비가 오니까 산책은 못 가고 집에서 놀자, 해피.” 주인의 말에 해피는 기특하게도 고개를 끄덕였다. 비 오는 날은 그냥 우울하고 심심한 날이 아닐까? 그러나 해피에게는 남다른 하루가 될 거라고 딱히 예상하지 못했다.
주인은 조용히 거실로 가서 커피를 내리고, 해피를 위해 특별히 간식도 준비했다. 해피는 부엌으로 달려가서 스스로에게 주어진 작은 보상을 기대하며 작업을 지켜보았다. 주인이 간식을 주자 해피는 신나게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금세 문자열처럼 놓여진 간식을 씹기 시작했다. 그 시간이 얼마나 달콤했던지, 해피는 마음속 깊이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비가 계속해서 내리는 이틀이었지만, 해피는 지루할 틈이 없었다. 주인은 탁자 위에 있는 색색의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해피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인 옆에 앉아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해피랑 함께 할 그림을 그리고 있어,” 주인이 사랑스럽게 말하며, 해피의 모습도 그려넣기 시작했다.
해피는 그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몰랐다. 그저 주인 옆에서 충실한 친구로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주인의 손이 커다란 종이에 해피를 그리기 위해 움직일 때마다, 해피는 그 손끝을 따라 꼬리를 흔들며 기대감에 휩싸였다.
오후 내내 비가 계속 내렸고, 세상은 점점 더 촉촉하고 아늑해졌다. 두 친구는 함께 소파에 앉아 이야기꽃을 피우고, 때로는 소곤소곤 비 오는 날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해피는 이유모를 따뜻함을 느끼며, 눈을 감고 주인의 품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주인이 한참 이야기를 하다 빨간색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가기를 원했다. 해피는 그런 주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서 더욱 더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주인은 팔짱을 끼며 “해피는 안 돼. 비에 젖으면 감기 걸리니까!”라고 말했다. 해피는 물론 비 오는 날도 좋아했지만, 주인의 건강과 안전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비는 아직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해피와 주인은 소파에 앉아 함께 보드게임을 즐기기 시작했다. 작은 주사위를 굴리고, 각자 말을 움직이며 서로의 모습을 보며 웃곤 했다. 이때 해피는 자기가 주인과 같은 팀이 되어 누군가의 적이 되어 싸운 듯한 기분이 들어서 무척 신났다.
해가 저물고 비가 약해지면서, 집 안은 따뜻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주인은 해피를 위해 아늑한 코너에 작은 이불을 깔아주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편안하게 쉴래?” 해피는 행복한 마음으로 이불에 달려갔다. 그리고 아늑한 이불 아래에서 주인의 따뜻한 시선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때, 아주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주인이 놀란 듯이 일어났다. “누구지?” 주인은 문 쪽으로 다가갔다. 해피는 주인의 발걸음을 따라 간신히 누운 자세에서 뛰어 일어나, 주인이 무슨 일이 생길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쪼르르 따라갔다. 문을 열자, 귀여운 중형견 한 마리가 비에 젖어 서있었다. 주인은 그 견공을 태우고 들어오며 친구를 초대하려는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해피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리가 복잡해졌다. 늘 아늑한 루틴을 지켜오던 해피에게 새로운 친구가 온다는 것은 큰 변화이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그 친구는 어떤 성격을 가졌을까? 해피는 호기심과 함께 살짝 긴장한 모습으로 주인의 곁에서 그 새로운 가족 구성원을 바라보았다. 비 오는 날 특별한 하루는 이렇게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해피는 본능적으로 알았다.